문화와 예술의 향기에 취해 간세다리로 걷는다
간세다리(제주어로 게으름뱅이를 의미함)로 길을 걷는다. 길에도 표정이 있다면 서귀포의 길은 생활의 생생함과 문화예술의 향기가 배어있다. 문화예술인이 많이 이주해서 거주하고 있는 서귀포는 예나 지금이나 예술혼이 선명하여 문화예술 산책을 할 수 있고 맛과 삶이 살아있는 전통시장에서 제주의 싱싱한 먹거리와 사람들을 만나며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서귀포에 예술의 오름이 솟아났다. '제주바람 속에 피어난 문화와 예술의 오름'을 테마로 하는 오름 분화구를 쏙 닮은 서귀포 예술의 전당을 일컫는 말이다. 뮤지컬, 연극,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이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그림, 사진 등 예술작품이 기획 • 전시되고 있다.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한라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는 것은 물론 예술의 향기에도 흠뻑 취해보자.
'알아두면 좋은'이라는 뜻의 아랑조을거리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집집이 고소한 음식 냄새가 풍겨온다. 오랜 시간 동안 도민들에게 사랑받아온 식당과 지붕마다 달린 귀여운 간판, 어린 시절의 정겨운 추억을 담은 벽화는 주린 배와 마음을 모두 든든하게 채워준다. 아랑조을거리는 1번가와 2번가로 나뉘어 있고 두루치기, 밀면부터 흑돼지, 회, 해물탕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 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만족시킨다.
저녁 무렵의 시장은 낮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상인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려 이곳저곳을 누비들 주부들, 여행지에서의 맛있는 저녁을 위해 탐색을 벌이는 관광객들이 한데 뒤섞여 활기찬 광경을 연출한다. 푸짐한 시장 치킨과 저렴한 횟감과 각종 특산물 등 제주의 명물이 가득하고 야시장에서는 서늘한 밤공기를 느끼면서 맛있는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소 그림으로 유명한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이중섭이 서귀포에 머문 기간은 1년 남짓, 그는 이곳에서 가난하지만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고 황소의 순한 눈망울, 제주의 섬, 아이들, 게와 물고기를 만나 그의 최고의 작품을 제주 체류기간에 완성시켰다. 서귀포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을 기억하는 이중섭거리는 옛 가옥들이 변한 크고 작은 공방과 문화예술카페, 창작스튜디오와 서귀포 극장의 옛 건물 등이 운치를 더한다. 매주 토, 일요일(10시~18시)에는 거리 전체가 하나의 문화예술시장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자구리해안은 거대한 야외미술관이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서귀포 앞바다의 예술 같은 풍경과 다양한 실제 예술작품들이 설치되어있다. 예술작품들은 단순히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그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터널을 통과하기도, 걸터앉아 볼 수도 있어 다채로운 감동과 재미를 준다. 이곳은 이중섭이 작품을 구상하기도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가족을 그리워하기도 했던 산책코스로 시간을 뛰어넘어 그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